들어가며
중국 음식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바로 커다란 원형 테이블이다. 가운데에는 투명한 유리판이 있고, 그 유리판은 천천히 돌아가며 그 위에 놓인 수많은 요리들을 식사하는 사람들 앞으로 가져다준다. 중국 원형테이블은 단순히 음식을 놓는 가구가 아니다. 그것은 중국의 식문화와 공동체 의식, 나아가 전통적인 가치관이 오롯이 담긴 상징적인 존재이다.
레이지 수잔(Lazy Susan)
원형테이블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그 중심에 자리한 회전 선반, 흔히 ‘레이지 수잔(Lazy Susan)’이라 불리는 구조물이다. 이 회전판은 유리나 목재로 만들어지며, 다양한 음식을 순차적으로 각 사람 앞에 이동시켜준다. 덕분에 여러 명이 둘러앉아 식사할 때도 접시를 옮기거나 일어설 필요 없이 원하는 음식을 편리하게 나눠 먹을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회전 선반을 돌릴 때 예의상 시계 방향으로 돌리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라는 것이다. 단순한 회전이지만, 그 안에는 배려와 질서라는 사회적 규범이 녹아 있다.
형태
이러한 회전식 원형테이블은 다양한 인원 수에 맞춰 제작되며, 때로는 지름이 3미터를 넘는 거대한 테이블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중국 특유의 다채로운 요리 구성과 단체 식사의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국에서는 식사가 단순한 생존의 수단이 아니라 관계를 맺고 정을 나누는 중요한 행위로 여겨진다. 따라서 수많은 접시가 한꺼번에 나오고, 이를 모두가 함께 나눠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원형테이블은 바로 이러한 집단 중심의 식사 문화에 최적화된 형태다.
모양 또한 중요하다. 원형은 각이 없고 끝이 없기에, 사람들은 동등한 위치에서 마주보며 음식을 나눈다. 이는 곧 평등과 화합의 상징이며, 원만한 인간관계를 지향하는 중국 전통 가치관을 반영한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둥근 테이블에 모여 함께 식사하는 것이 가정의 화목을 뜻하고, 친구와의 우정, 동료 간의 협력까지 상징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식사 방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 이상의 정서적 교감을 가능하게 한다.
자리 배치
하지만 원형이라고 해서 자리 배치가 아무렇게나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국 식사 자리에는 분명한 위계가 존재한다. 가장 격식 있는 자리는 출입문에서 가장 먼 위치, 즉 정면 상석이다. 이 자리는 보통 손님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인물이 앉는다. 반대로 출입구에 가까운 자리는 주최자나 지위가 가장 낮은 사람이 앉는 것이 예의이다. 이처럼 원형이라는 외형 속에도 유교적 질서와 예절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원형테이블의 기원, 사실은 중국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 원형테이블, 특히 회전식 원형테이블이 아주 오래된 전통이라고 생각하지만, 놀랍게도 그 기원은 중국이 아닌 유럽에 있다. 현재 중식당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회전 테이블의 기원은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사람들은 테이블 위에 돌릴 수 있는 원형 선반을 설치하여, 음식을 보다 편리하게 나누는 방식을 고안해냈다. 이 장치는 처음에는 명확한 이름 없이 사용되다가, 점차 ‘덤웨이터(Dumbwaiter)’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고, 하인이 직접 서빙하지 않아도 되는 점에서 당시 상류층 가정에서 매우 유용한 도구로 여겨졌다.
20세기 초, 이 회전식 선반은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Lazy Susan(레이지 수잔)’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그 이름의 정확한 유래는 아직도 불분명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가사 노동을 대신해주는 ‘게으른 수잔’이라는 농담 섞인 표현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1950년대 미국에서는 이 Lazy Susan이 가정은 물론 레스토랑에서도 널리 사용되며 대중화되었고, 식탁 위에서 음식을 돌려가며 나눠 먹는 방식은 실용성과 재미를 동시에 제공하며 사랑받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의 중식당들이 이 회전 선반을 적극 도입하면서, 회전식 원형테이블은 단순한 서양 발명의 차원을 넘어 중국 식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기 시작한다. 중국 이민자들이 미국 내에서 운영하던 식당에서는 여러 명의 손님이 다양한 요리를 쉽게 나눠 먹을 수 있도록 이 구조를 채택했고, 이는 차이나타운을 거쳐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상징성
일부 문화 해석에서는 이 테이블의 구조에 상징성을 더해 해석하기도 한다. 거대한 원형 테이블은 ‘세상’을, 그 안에서 중심을 도는 회전 선반은 ‘중국’을 의미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는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자부심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물론 이는 다소 과장된 상징일 수 있지만, 그러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만으로도 중국 원형테이블이 단순한 가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결론
결국, 중국 원형테이블은 식탁 이상의 공간이다. 그것은 공동체를 하나로 엮고, 평등과 배려를 실천하게 하며, 동시에 실용성과 미학을 모두 갖춘 문화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전 세계의 중식당에서 이 테이블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이 구조가 문화적, 기능적 측면 모두에서 완성도 높은 형태임을 입증하는 증거이기도 하다.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음식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 그것이 바로 중국 원형테이블이 전하는 진짜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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