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중국어의 네 번째 소리, 입성(入聲)의 드라마틱한 소멸 과정
들어가며
우리나라 한자어를 공부하다 보면 우리나라 한자어와 중국어 발음이 비슷한 경우가 많다는 점을 발견합니다. 이 때문에 한자를 공부하면 중국어를 배울 때 큰 도움을 줍니다. 그런데 현대 중국어에는 없는 발음이 있습니다. 바로 받침입니다. 현대 중국어에는 받침이라고 말하는 종성이 ‘-n’과 ‘-ng’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한자어 독음을 읽어보면 받침이 더 다양합니다. 그러면 궁금해집니다. 왜 그럴까요? 예를 들어볼까요?
學 – 학 : 종성 ㄱ
發 – 발 : 종성 ㄹ
法 – 법 : 종성 ㅂ
그런데 이 한자들은 현대 중국어 발음에는 종성이 모두 없어졌습니다. 한번 볼까요?
學 – xué
發 – fā
法 – fǎ
받침이 모두 사라져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러한 현상은 바로 고대 중국어의 입성 발음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고대 중국어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였던 입성(入聲)은 [p̚], [t̚], [k̚] 파열음으로 끝나는 짧고 강렬한 음절을 말합니다. 현대 표준 중국어(만다린)에서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지만, 그 흥미로운 변화 과정을 따라가 보면 언어의 역동성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구글 SEO 최적화를 위해 입성의 정의부터 소멸 과정, 그리고 그 흔적까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입성의 기원과 특별한 흔적
입성은 아득한 상고 시대부터 중국어에 존재했던 네 가지 성조(平聲, 上聲, 去聲, 入聲) 중 하나였습니다. 특히, 입성 음절은 반드시 입술([p̚]), 혀끝([t̚]), 목구멍([k̚])에서 터지는 무성 파열음으로 끝나는 뚜렷한 특징을 지니고 있었죠. 마치 짧게 끊어 읽는 듯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변화의 시작: 종성에서 느껴지는 언어의 흐름
시간이 흐르면서 입성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원나라 시대의 고대 만다린어에서 입성의 종성이 갑자기 성문 파열음([ʔ])으로 바뀌는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마치 목이 살짝 막히는 듯한 소리였죠. 이러한 변화는 주로 북쪽 지방의 언어에서 두드러졌습니다. 흥미롭게도 광동어, 민난어, 객가어와 같은 남방 방언에서는 아직도 [p̚], [t̚], [k̚] 발음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마침내 사라지다: 북방 중국어에서의 소멸
성문 파열음([ʔ])으로 변했던 입성은 북방 중국어(오늘날 표준 중국어의 뿌리)에서 더욱 약화되어 결국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이전의 입성 글자들은 이제 초성(자음)에 따라 평성(¯), 상성(ˇ), 거성(ˋ) 등 다른 성조로 나뉘어 발음됩니다. 즉, 입성이라는 성조 자체는 사라졌지만, 그 흔적은 다양한 성조 분포 속에 녹아든 셈입니다.
예를 들어, 표준 중국어에서 b, d, g, j, zh, z 등의 자음으로 시작하고, 받침이 n이나 ng이 아닌데 2성(양평성, ´)으로 발음되는 음절들은 대부분 과거 입성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마치 사라진 강의 흔적이 남은 땅의 모양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讀 – dú – 독
達 – dá – 달
竹 – zhú – 죽
방언과 주변 언어에 남은 입성의 메아리
표준 중국어에서는 사라졌지만, 남방 방언에서는 여전히 입성의 특징적인 종성([p̚], [t̚], [k̚])을 들을 수 있습니다. 특히 광동어는 입성을 세 개의 세부 성조(상음입, 하음입, 양입)로 나누어 더욱 풍부하게 보존하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우리나라의 한자음, 일본의 한자음, 베트남어의 한월어에서도 입성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언어에서 한자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세 나라 모두 고유의 표음 문자를 갖고 있지만, 발음 안에 고대 중국어 발음의 정보를 품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 중국어의 모습이 주변 문화권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시간의 흐름 속 입성 소멸 과정 요약
상고 한어 (입성 존재) → 중고 한어 (4성 체계 확립) → 원나라 시기 (입성 종성 [ʔ] 변화 시작) → 명·청대 이후 (북방 방언에서 [ʔ] 소멸, 입성 음절 다른 성조로 분산) → 현대 표준 중국어 (입성 완전 소멸, 남방 방언 및 주변 언어에 흔적 보존)
마치며
우리나라 한자어에 입성이 풍부하게 남아 있는 이유는 한자어가 한반도에 유입된 시기가 우리나라 삼국시대에 대항하는 수, 당 시기에 전래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중국어의 발음에는 입성이 선명하게 존재했었죠. 따라서 우리나라의 한자 독음은 중국어의 입장에서 보면 소중한 문화재인 셈입니다. 정말 재밌는 일입니다.
중국어 입성의 소멸 과정은 언어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는 생명체와 같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비록 현대 표준 중국어에서는 그 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남방 방언과 주변 언어를 통해 과거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언어학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살아있는 역사책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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