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수록 권1] 8. 모승(某僧)

모승(某僧)

모승 864 948

『명경석삼(銘鏡石三)』에 실린 예언 중 세 번째 이야기다.
우성사(佑聖寺)에 범상치 않은 상인(上人, 뛰어난 스님)이 있었는데, 그에게 어느 제자가 있었다. 이 제자는 젊고 준수하였으며, 누군가 그를 꾀어 남색 행위를 하게 하였고, 그는 거절하지 않았다.
상인이 이 일을 듣고 꾸짖자, 제자가 말했다.
“그렇다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까?”
상인이 말했다.
“어찌 그리할 수 있겠느냐! 이곳에는 더 이상 머무를 수 없느니라.”
제자가 말했다.
“그렇다면 떠나도 되겠습니까?”
상인이 말했다.
“그러하니라.”
제자가 말했다.
“스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아무 날에 떠나겠습니다.”
약속한 날이 되자, 그의 방은 고요하기만 했다. 들여다보니, 그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난암(蘭岩)이 말한다.
온통 천진한 본연의 모습이었고, 대도(大道)를 꿰뚫어 본 듯하였다. 이 승려는 오고 감이 자유로웠으며, 자신과 타인 사이에 막힘이 없었다. 어찌 털끝만큼의 장애도 없었단 말인가!

원문

銘鏡石三為予言:佑聖寺無凡上人,有弟子某者,少年韶秀,有人誘之為龍陽,某亦不拒。上人聞而責之,某曰:「然則不可乎?」上人曰:「如之何其可也!此間不可複居矣。」曰:「去之可乎?」曰:「可。」曰:「承師命。某日當行耳。」至日,房中寂然。視之,已化去矣。
蘭岩曰:
渾然天真,洞然大道,此僧來去自如,人己無間,何毫無窒礙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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