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수록 권1] 4. 향운(香雲)

향운(香雲)

향운 512 524


영릉(零陵) 교(喬)씨의 아들은 어릴 때 부모를 잃고 가난에 시달렸다. 직업을 잃고 외숙에게 의지해 배를 조종하는 일을 했다. 종종 양한(襄漢) 지역을 오갔다. 어느 날 몇 명의 상인들을 태운 배가 강문(荊門)을 지나면서 황금협(黃金峽)을 지나게 되었다. 그곳의 물살이 험하고 위험했기에 해가 지자 출발하지 않기로 하고, 배를 고대(古垒) 앞에 정박시켰다. 외숙은 교에게 산으로 가서 대나무를 베어오라고 명령했다. 교는 산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었으며, 매우 불안해하며 방황했다. 그러던 중 한 노인을 발견했다. 나이는 약 70세 정도로 보였고, 낫을 짚고 서서 산길을 따라 서쪽으로 가고 있었다. 교는 그 노인을 따라가며 강변으로 갈 수 있는 길을 물었다. 노인은 웃으며 말했다.
“강은 동쪽에 있고, 당신은 서쪽으로 가고 있으니 전혀 반대되는 길을 가고 있구나. 자네는 아직 어린 젊은이로 보이는데. 해가 저물고 길이 막혀서 호랑이나 이리 같은 맹수들이 나올 때가 다가오니, 돌아갈 수 있겠느냐? 내 집에 하룻밤 묵고,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것이 좋겠다.”
교는 오랫동안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노인의 말에 안도감을 느꼈다. 그래서 급히 가기에는 불편하다는 핑계를 대며 거절했다. 그러자 노인은 그를 끌어당기며 말했다.
“솔직하지 못하군. 듣기 싫다.”


노인은 교를 데리고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갔다. 길은 꼬불꼬불 십 리가 넘었다. 그들이 도달한 곳은 높은 산이 뒤를 이루고, 거대한 계곡이 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곳에 구멍을 파서 집을 짓고 살고 있었다. 노인이 문을 두드리며 “향운(香雲)아!”라고 부르자, 한 젊은 여자가 나왔다. 그 여자는 약 16세, 18세 정도로 보였으며, 그 모습은 마치 활짝 핀 연꽃처럼 고왔고, 향기가 사향보다 더 진하게 퍼졌다. 여자는 손님을 보고 부끄러워하며 방 안으로 물러갔다.
노인이 말했다.
“아가, 또 그런 태도를 보이느냐? 이 젊은이가 길을 잃고 여기까지 왔는데, 참깨밥 한 그릇이라도 주지 않으면, 주인으로서 너무 부끄럽지 않겠느냐? 게다가 너는 항상 내게 부탁을 해왔지 않느냐. 이제 당신이 우리 집에 오게 되었으니, 왜 마음을 아끼느냐? 다행히도 이처럼 훌륭한 젊은이와 인연을 맺게 되었으니, 이제 마음을 놓아도 되지 않겠느냐?”
그 여자는 더욱 부끄러워하며 방 안으로 들어갔고, 다시는 나오지 않았다. 노인은 교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이 아이는 너무 귀하게 자라서, 낯선 손님을 보면 늘 이렇게 어리광을 부리네. 당신은 너무 신경 쓰지 마시길.”
교는 사양하며 감히 안으로 발을 들이지 못했다.
집 안은 모두 산 속에서 뚫은 동굴로 되어 있었고, 매우 깨끗하고 정갈했다. 집은 세 칸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 중 하나는 손님을 위한 좌석이었으며, 서쪽 방은 부드러운 무늬가 있는 가림막이 달린 방으로, 향운의 방이었다. 동쪽 방에는 부뚜막이 있고 도마가 갖추어져 있는 걸로 봐서 주방인 듯했다.
교를 자리에 앉히고, 노인은 부엌으로 가서 조를 삶고 국을 준비했는데, 대접이 매우 극진했다. 교는 노인에게 무엇을 성을 물었고, 노인은 대답했다.
“내 성은 고(古)씨이고, 남편을 여읜 지 16년이 되었는데 딸 하나만 낳았어. 저 아이 이름은 향운이고, 아직 시집을 가지 않은 처녀야. 우리는 이런 곳에서 살다가 이제 자네와 인연이 닿아 이렇게 만나게 됐네. 부디 이 부엌에서 자게.”
교는 ”자리 하나만 빌리면 충분합니다. 어떻게 감히 부엌을 바라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밤이 깊어 대화가 끝나자, 교는 그곳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이튿날 아침 일찍, 교는 고 노인을 찾아가 작별을 고하고자 했다. 가림막 밖에 서서 소리 높여 인사말을 전했으나, 한동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다시 말하자, 그제야 향운이 대답했다.
“어머니께서 일이 있어 아침 일찍 나가셨는데, 곧 돌아오실 거예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 목소리는 맑고 높아 마치 어린 꾀꼬리가 지저귀는 듯했고, 그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연민이 생겼다. 교는 알겠다며 말없이 앉았고, 그 목소리에 마음이 흔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 노인이 노파 하나와 젊은 여자 하나를 데리고 함께 돌아왔다. 두 사람은 마치 모녀처럼 보였다. 고 노인은 소리 높여 말했다.
“향운아, 두이(杜姨)와 팔매(八妹)가 오셨단다!”
교는 급히 자리를 피해 일어나 두 손을 모으고 서서 감히 고개를 들어 바라보지 못했다. 두이(杜姨)는 한참 동안 교를 살펴보다가 그 젊은 여인에게 말하길,
“참 잘생긴 총각이구나! 네 고 이모의 안목이 보통이 아니야.”
그 젊은 여인도 교를 바라보며 살짝 웃은 채 방 안으로 들어가더니, 향운에게 장난스럽게 말했다.
“언니 참 예의도 없네요. 어머니가 누굴 데리고 왔는지 알면서 어찌 마중도 안 나와요?”
향운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지만, 낮게 웃는 소리만 들렸다.
곧이어 두이도 방 안으로 들어가며 웃으며 말했다.
“조카 때문에 내가 별을 보며 이슬 맞아가며 여기까지 왔어. 마음은 급한데 발은 늦어, 산등성이 좁은 길을 넘다가는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했지 뭐냐. 하마터면 위쪽 집 소 우리 속에 떨어질 뻔했어. 네 동생이 나를 부축해주지 않았다면, 내 몸이 가루가 됐을 거야. 이 은혜를 어찌 갚을 셈이냐?”
이어서 향운이 웃음 섞인 낮은 목소리로 무언가 말을 했는데, 마치 안부를 묻는 듯했다.
잠시 후, 두이가 다시 나와 교를 보고 물었다.
“공자, 성은 무엇이고 나이는 몇인가요?”
교가 대답했다.
“성은 교이고, 나이는 열아홉입니다.”
두이가 말했다.
“우리 조카보다 두 살 많구나. 딱 어울리는 나이야. 부모나 형제는 있고?”
“다 돌아가셨습니다.”
“장가는 갔어?”
“아직입니다.”
“직업은 무엇인가?”
“외삼촌을 도와 배를 모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두이는 말했다.
“어린 나이에 부모 잃고 홀로 컸다니, 누구에게든 몸을 맡길 수 있겠네. 힘들게 일해 먹고사는 바에야 일은 그만두면 되지. 집주인 고 노인은 내 언니고, 향운은 내 조카딸이야. 인물도 고우고 마음씨도 곱지. 자네도 이미 보았을 테니 더 말해 무엇하겠어. 언니가 내게 중매를 부탁했네. 자네를 사위로 들이고 싶다는데, 자네는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교는 갑작스런 말에 속으로는 기쁨이 넘쳤으나, 입이 얼어붙어 말 한마디 내뱉지 못했다. 두이는 웃으며 말했다.
“망설일 것 없네.”
그리고는 고 노인을 모셔 와 상석에 앉히고, 교에게 절을 올리게 하며 말했다.
“이걸로 혼담은 성사된 것이네. 산속 집에서 이것저것 따질 것도 없고, 혼례복도 준비됐으니, 곧바로 예식을 치를 수 있네.”
그날 저녁, 그들은 함께 즐겁게 술을 마시고 헤어졌다.


이튿날, 두이는 돌아가고 딸을 남겨 향운을 돕고 대신 옷과 신발을 만들게 했다. 가위질과 바느질 소리는 밤새도록 그치지 않았다. 며칠 만에 모든 준비가 끝났다.
두이가 다시 찾아와 연회를 준비하고, 여러 친척들을 초대하여 큰 잔치를 열었다. 모여든 이들은 끊이지 않았고, 모두 분을 바르고 눈썹을 그린 아리따운 젊은 부인들과 늙은 여인들이었으며, 남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들은 웃고 떠들며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서로 유쾌한 농담을 주고받았다. 더욱 이상했던 것은, 잔칫상이 십여 개나 차려졌는데도 집이 더 넓어지지 않았음에도 전혀 비좁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혼례를 치르고 난 후, 젊은 여인이 잔을 들고 향운에게 술을 따르며 말했다.
“잔이 서로 쌍쌍이니, 오늘 밤은 신부 되는 날이네.”
그리고 교에게도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잔이 서로 마주하니, 오늘 밤은 곤히 잠들지 말아야겠죠.”
교와 향운은 그 말을 듣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아직 술잔을 다 비우기도 전에, 그 여인이 말했다.
“이 남은 술은 어찌 처리해야 할까?”
그러더니 스스로 마시고는 웃으며 나가버렸다.
약 삼경(三更: 밤 11시~1시경)이 되어서야 손님들이 모두 물러났고, 아까 그 여인이 다시 가림막을 걷고 향운에게 말했다.
“언니, 잘해 봐요. 사흘 뒤 내가 와 눈짓하면, 나 좀 잘 봐달라고 말해줘요.”
말을 마친 뒤, 키득거리며 웃으며 가버렸다.
이후로 교와 향운은 마치 물과 물고기처럼 조화를 이루며 행복하게 살았다. 풀칠한 듯 정이 깊고 끈끈했으며, 이곳에서 평생을 함께할 줄로만 알았다.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고 노파가 병이 들어 자리에 눕자, 두이(杜姨)가 여인들과 함께 병문안을 왔다. 아직 자리에 앉기도 전에, 갑자기 웃어른 집(上宅)에서 사람을 보내어 전했다.
“아가씨께서 친히 유모의 병을 살피러 오신다 합니다.”
두이와 여인들은 놀라 허둥지둥 달려 나가 마중을 나갔다. 향운도 교를 부엌에 숨기고 옷을 가다듬어 곧장 뛰어나갔다. 교는 이 손님이 누구인지 몰랐기에 창틈으로 몰래 엿보았다.
눈부신 붉은 장식과 수를 놓은 휘장이 달린 작은 수레가 멈춰 선 게 보이고, 그 주변을 여종 열댓이 에워싸고 있었다. 수레에서 내린 여인은 맨얼굴에 화려한 옷차림이었는데,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워 마치 화공(畫工)이 그려낸 선녀와 같았다. 나이는 열다섯, 열여섯쯤 되어 보였다.
두이와 여인들, 그리고 향운까지 모두 길가에 꿇어 엎드렸다. 그 여인이 두이를 일으키며 말했다.
“유모도 여기 계셨나요?”
두이는 말하였다.
“주인 아가씨께서 늙은 유모를 염려하시기에, 병이 있다는 소식을 들으시면 분명 힘들게 귀한 발걸음하실 거라는 알고는 미리 취취(翠翠)를 데리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말을 듣고서야 교는 젊은 여인의 이름이 취취임을 알게 되었다. 취취와 향운도 다시 꿇어 앉아 절하고 안부를 여쭈었다.
그 여인은 “일어나라”고 말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향운이 옆에서 길을 열어 앞장섰다. 그 여인은 방 안으로 들어가 고(古)모의 손을 잡고 병세를 물으며 말하길,
“어머님 병세는 어떠하십니까?” 하였다.
고모가 대답하였다.
“늙은 몸이 해를 넘기기 어려워, 개나 말처럼 잔병치레가 많아 이십여 일을 누워 지내고, 스스로 정돈하지도 못해 주인 아가씨께 근심을 끼쳐 드렸습니다. 비록 죽는다 해도, 반드시 이 은혜를 갚을 생각입니다.”
여인이 말하였다.
“내가 철이 들어 세상일을 알게 된 이래, 예전의 유모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고, 지금 남아 있는 분은 고모와 두(杜) 고모뿐입니다. 듣기로는, 본래의 성품은 변하거나 사라지지 않으며 즐거움은 억지로 멈추게 할 수 없고 절제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하였습니다. 스스로 잘 돌보셔서, 기운이 상하지 않게 하세요.”
이 말을 마치고는 밝은 방으로 나가 앉고, 두이에게 곁에 앉아 시중을 들게 했다. 여종들이 둘러서 있었지만, 감히 기침 한 번 내지르지 못했다. 이때 향운이 무릎 꿇고 다과를 올리니, 예법을 지키는 모습이 매우 공손하고 정중했다. 여인이 말했다.
“향운의 모습이 더욱 예뻐졌구나. 자네는 이 아이에게 어울릴 좋은 배필을 찾아 고 유모가 여생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해.”
두이가 자리를 옮겨 말하였다. “주인 아가씨께서 먼저 말씀하지 않으셨더라도 마땅히 죄를 고할 생각이었습니다. 향운에게는 이미 남편이 있습니다.”
여인이 물었다.
“혼례는 언제 올렸느냐?”
두이가 대답하였다.
“감히 피할 수 없는 죄가 바로 이 점입니다. 사실 두 사람은 이미 한 달 가까이 부부로 지냈습니다.”
여인은 놀라며 말하였다.
“그럼 그 사위란 자는 지금 어디 있느냐?”
향운의 얼굴이 창백해지고, 자꾸 눈짓으로 두이를 바라보았다.
두이가 말하였다.
“조카야, 어서 네 남편을 불러 주인 아가씨께 인사드리게 해.”
향운이 아직 대답하지 못했는데, 취취가 벌써 교를 방 밖으로 불러냈고 교는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다. 여인은 소매로 얼굴을 가리고 그를 일으키게 한 뒤, 곁눈질로 오랫동안 그를 바라보았다가 잠시 물러가 있으라고 하였다. 그러고는 얼굴빛이 달라지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여인이 말했다. “두 고모와 고모는 본래부터 늙어 어리석으니 굳이 따져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나. 하지만 향운 네가, 고작 하녀 주제에 어찌하여 이리도 대담하게 굴 수 있단 말이냐? 아무 말도 없이 혼인을 하고, 그것도 벌써 한 달이 넘었는데 내게 얼굴 한번 보이지 않았으니, 그건 곧 나를 속이고 무시한 것이다. 내가 깊은 규방에 숨어 사는 나이 어린 여자라서 너희의 주인 아가씨로 삼기에는 부족하단 말이냐?”
곧장 시녀에게 명하여 매질을 준비하게 했다. 두이와 취취가 놀라 바닥에 엎드려 빌며 용서를 구하니 그제야 그들을 용서해 주었다. 향운은 머리를 조아리며 피가 흐를 정도로 절을 하고 눈물 흘리며 잘못을 빌었다. 여인은 옷자락을 휘날리며 자리를 떠났고, 교를 불러내더니 협박하여 데리고 나갔다.


무성한 숲에 이르자, 그 안에도 굴처럼 깊숙한 집이 있었는데, 연이어 수십 칸에 이르렀고, 붉은 문과 비단 창으로 꾸며 넓이는 마치 큰 저택 같았다. 탁자며 평상은 모두 흰 돌로 만들어졌고, 기묘한 그릇들과 진귀한 장식품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으며,
배치 또한 정교하고 우아했다. 화려한 꽃들과 이국적인 식물들이 난간 앞에 늘어섰고,
진실로 하늘이 따로 낸 복된 선계 같았다. 시녀들은 모두 비단 치마를 끌며 다녔고, 그들 모두가 고운 자태였으며, 지시 한 마디에도 순종하며 앞다투어 시중들었다.
교는 그곳에 갇혀 날마다 부림을 당하며 일을 해야 했다. 더구나 그 여인은 성격이 엄하여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곧바로 매질하곤 했다. 이곳에 있으면서 교는 마음이 편치 않았고, 날마다 향운을 그리워하면서도 다시 얼굴을 볼 길이 없었다. 그가 몰래 시녀들에게 물었다.
“주인 아가씨와 향운은 무슨 관계인가요?”
그러자 모두 웃기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아 의혹만 더욱 깊어졌다.
어느 날, 여자의 첫 생일을 맞아 친척들이 와서 축하 인사를 했는데, 하녀들도 모두 와 대접했다. 두이와 취취도 그 자리에 있었지만, 감히 교에게 다시 말을 걸지 못했다. 잠시 후, 고 노파와 향운도 도착하여 교와 서로 만나 눈물을 흘렸다. 여자가 나와 그들을 보고 화를 내며 말했다.
“음탕한 하녀들이 아직도 옛정을 그리워하는 것이냐!”
그리고는 시녀들에게 명령하여 그들의 옷을 벗기고 나무에 묶었다. 이어서 말했다.
“오늘은 경사스러운 날이니, 사람을 함부로 벌할 수 없다. 내일 죽이도록 하겠다.”
친척들은 두려움에 떨며 감히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교는 마음이 너무 아파 몰래 다가가 살펴보았다. 향운이 울면서 말했다.
“낭군께서 몸을 버려서라도 저를 구해줄 수 없으신가요?”
교는 너무나 슬퍼서 손으로 묶인 끈을 풀어주고 몰래 옛 옷을 가져와 입혔다. 마침 숲 밖에서 여자의 유모가 교를 부르러 왔고, 향운은 그 틈을 타 도망쳤다. 여자는 이를 알고 더욱 화를 내며 교를 수십 번이나 채찍질했고, 피가 발뒤꿈치까지 흘러내렸다. 고 유모는 크게 울면서 말했다.
“마님께서 저를 죽이시는군요. 제가 유모께 무슨 잘못을 했습니까? 젖 먹여 키운 정은 생각하지 않으시더라도, 호십랑(扈十郎)이 못된 짓을 할 때 제가 앞을 가로막고 머리로 호십랑의 배를 들이받아 옥여의(玉如意)를 빼앗아 마님을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드린 것은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어찌 작은 잘못을 용서하지 않으시고 골육이 생이별하게 하십니까! 향운은 연약하니, 늑대나 호랑이에게 배불리 먹히지 않더라도 반드시 사나운 자들에게 더럽혀질 것입니다. 어찌 슬프지 않으십니까!”
여자도 화를 내며 말했다.
“늙은 요괴가 뭘 안다고! 당장 네 목숨을 거두겠다!”
고 유모는 울부짖으며 여자에게 거친 말을 했고,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여자는 더욱 화가 나서 다시 교를 내쫓으려 했지만, 교는 땅에 엎드려 일어나지 않았다. 여자는 그를 불쌍히 여겨 화를 조금 누그러뜨리고
“네가 잘못을 알고 고칠 수 있겠느냐?”라고 물었다.
교는 “고치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아직도 향운을 생각하느냐?”라고 묻자, 교는 “죽어서 구천에 가더라도 잊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여자는 그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혀를 내둘렀고, 한참 후에야 탄식하며 말했다.
“어리석지만 의리를 아는 아이로구나.”
그리고는 고 유모에게 여러 번 위로하고 사과했다. 그리고 사람들을 보내 향운을 찾아오라고 했고, 찾아오는 자에게는 큰 상을 내리겠다고 했다. 하녀들이 기뻐하며 앞다투어 찾아 나섰고, 고 유모는 그제야 눈물을 멈추었다.
다음 날, 한 하녀가 달려와 고했다.
“향운이 산골짜기에 숨어 있다가 호십랑에게 붙잡혀 강제로 더럽혀질 뻔했으나, 이를 거부하고 돌방에 갇혀 밤새도록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다고 합니다.”
고 노파는 이 말을 듣고 울면서 말했다.
“내 딸은 정절이 굳건하여 결코 몸을 더럽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운명이 기구한지, 어찌 이리도 많은 재앙을 겪는단 말입니까!”
호십랑은 여자의 외사촌 오빠였다. 여자는 두이를 시켜 향운을 데려오게 했지만, 호십랑은 “향운을 놓아주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유모께서 직접 오셔서 데려가셔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두이는 크게 화를 내며 돌아와 여자에게 보고했고, 여자는 극도로 분노하여 칼을 들고 흰 사슴을 타고 하녀들에게 짧은 옷을 입고 무기를 들게 하여 따르게 했다. 교와 취취에게는 숲속에 숨어 복병 역할을 하라고 명령하고, 직접 향운을 데리러 갔다.


호십랑은 허리에 활과 화살을 차고 그림이 그려진 창을 들고 많은 호위병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양쪽 군대가 맞붙자, 전투가 크게 벌어졌다. 호십랑은 매우 용맹했고, 여자들은 힘이 부족하여 제각기 흩어져 도망쳤다. 여자는 급히 후퇴했지만, 사슴은 날아오는 화살에 맞아 죽었다. 여자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맨발로 도망치다가 여러 군데 상처를 입었고, 신발 두 짝을 잃어버렸다. 넘어져 일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마침 교가 달려와 여자를 업고 돌아왔다. 여자들도 점차 모여들었지만, 모두 겁에 질려 있었다. 여자는 오랫동안 통곡하더니 교의 은덕에 감탄하여 그를 오빠라 부르며 음식과 생활용품을 자신과 똑같이 대접했다. 다시 사람들을 모아 복수하고 향운을 구출할 계획을 세웠지만, 사람들은 “강한 적은 감당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오직 취취만이 나서서 말했다. “적은 강하고 우리는 약하니, 구원 없이는 안 됩니다. 공을 이루려면 태군(太君)께서 오시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날 밤, 여자는 곧바로 취취를 보냈다. 밤이 깊어갈 무렵, 취취가 돌아와 보고했다. ”태군께서 오셨습니다.” 여자는 사람들을 이끌고 무릎을 꿇고 맞이했고, 교도 사람들 속에 섞여 있었다. 태군 역시 허리가 굽은 노파일 뿐이었다. 여자는 눈물을 흘리며 모욕당한 경위를 이야기했고, 태군은 “내가 있으니 너무 괴로워하지 마라.”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급히 소매를 뒤져 주머니 하나를 꺼내 취취를 불러 앞으로 나오게 하여 말했다.
“이것을 가지고 호십랑에게 가져다주어라. 그리고 향운과 함께 빨리 돌아오너라.”
취취는 알겠다고 대답하고 떠났고, 잠시 후 향운과 함께 돌아왔다. 손에는 커다란 주머니를 들고 있었다. 주머니를 열자, 검은 수컷 여우 한 마리가 튀어나와 두려움에 떨며 태군 앞에 엎드려 애원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태군이 꾸짖었다.
“못된 놈! 아직 뼛속까지 깨끗하게 씻어내지 못했는데 감히 이렇게 타락했느냐? 네 조상을 생각해서라도 당장 죽여야겠다!”
여우는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빌었다. 여자는 앞으로 나가 채찍으로 여우를 때리며 말했다.
“제멋대로 날뛰는 놈! 평소의 위세와 태도는 다 어디 갔느냐? 왜 지금은 뽐내지 못하느냐?”
태군이 여자를 말렸다.
“이제 그만하거라. 내가 반드시 엄하게 벌하겠다.”
그리고는 다시 말했다. “네가 이곳에 있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어찌 온 가족이 나를 따라가지 않느냐? 향운과 교랑은 전생의 인연이 있으니 억지로 떼어놓을 수 없다. 그들이 떠나는 것을 허락하거라. 네 유모는 이 곳에 남아서 30년 후에 다시 만날 것이다.”
향운은 머리를 조아리며 가르침을 받들었다. 태군은 교에게 복(複)이라는 이름을 내렸다. 그리고는 명을 내려 수레를 타고 먼저 돌아갔다. 여자는 교와 향운에게 후하게 선물을 주고, 많은 짐을 꾸려 시녀들에게 호위하게 하여 먼저 보냈다. 그리고 자신은 고 유모, 두 유모, 그리고 취취와 함께 교와 향운을 산 밖까지 배웅하며 길가에서 눈물을 흘리며 작별하고 나서야 돌아왔다.


교는 향운을 데리고 양양(襄陽)으로 가서 돈을 내어 배를 만들고 ‘만강홍(滿江紅)’이라고 이름 붙여 관리들을 태우고 강(江), 황(黃), 오(吳), 초(楚) 지역을 오갔다. 어느 날, 어떤 태수(太守)의 아들과 그의 가족들을 태우고 강남으로 향하고 있었다. 배는 한구(漢口)에 정박했다. 향운이 우연히 물을 길러 나왔다가 태수의 아들에게 보이게 되었는데, 아들은 그녀에게 홀려 정신을 잃고 교가 없는 틈을 타 두 하녀를 시켜 향운을 모시게 했다. 하녀들은 오나라 비단과 월나라 흰 비단을 주며 향운에게 말했다.
“공자님은 젊고 정이 많으며, 부유하고 권세가 있어 그야말로 권력이 하늘을 찌르는 분이십니다. 지금 아가씨의 아름다운 용모에 마음을 빼앗겨 귀한 보물을 아끼지 않고 아가씨에게 드리려 합니다. 이는 천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이니 놓쳐서는 안 됩니다! 아가씨가 따르지 않으면 재앙을 예측할 수 없지만, 따른다면 구슬과 비취에 둘러싸여 비단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과 진귀한 음식을 배불리 먹으며 평생 부족함 없이 살 수 있습니다. 어찌 배 사공의 아내가 되어 거친 옷을 입고 싱거운 음식을 먹으며 배 안에서 고개를 숙이고 살겠습니까? 이는 마치 밝은 구슬을 어둠 속에 던지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아가씨는 ‘원칙을 지키는 것은 몸을 세우는 요령이고, 상황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다’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습니까? 이는 마치 바람과 말, 소가 서로 닿을 수 없는 것과 같지만, 그 입에 고삐를 매고 코를 뚫으면 사람들이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 권세로 논하자면, 교는 말과 소이고 공자님은 사람입니다. 강한 자에게 억눌리지 않으려고 해도 될 수 있겠습니까? 아가씨를 아끼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에서 이득과 손해를 아가씨에게 말씀드리는 것이니, 아가씨께서 잘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향운은 예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언니들의 말씀이 옳습니다. 공자님의 풍채가 매우 아름다우시니 저도 오랫동안 흠모해 왔습니다. 부디 두 언니께서 중매를 서 주십시오. 오늘 밤 사람들이 잠든 후에 뱃전을 두드리는 것을 신호로 삼아 만날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두 하녀는 크게 기뻐하며 공자에게 자신들의 능력을 자랑했다. 공자는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두 하녀에게 후한 상을 내렸다.


삼경이 되어 배 안의 사람들이 모두 코를 골며 잠들었다. 공자는 안절부절못하며 앉아 있었는데, 마치 사슴이 마음속에서 뛰어다니는 것 같았다. 귀를 기울여 조용히 듣고 있자, 잠시 후 과연 뱃전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멈췄다가 다시 들렸다. 공자는 급히 창문을 열어 그녀를 맞이했는데, 과연 향운이었다. 옷을 입지 않은 채로 온 것이었다. 공자는 그 순간, 마치 꿈속에 있는 것 같았다. 한마디 말도 할 겨를도 없이 그녀와 몰래 정을 통했다. 향운이 갑자기 놀라며 누구냐고 소리쳐 물었지만, 공자는 한창 흥에 겨워 몸을 숙이고 못 들은 척했다. 향운이 다시 놀라 소리치자, 가족들이 놀라 일어나 도둑이 든 줄 알고 촛불을 들고 창문으로 들어왔다. 두 사람이 벌거벗은 채 땅에 누워 있는 것을 보고, 촛불을 비추어 보니 공자와 그의 아내가 정을 통하고 있었다. 모두 자리를 피했고, 부부는 오랫동안 부끄러워했다. 공자가 아내에게 어찌하여 벌거벗은 채 창문 밖에서 왔느냐고 묻자, 아내는 “저는 뒷방에서 깊이 잠들어 있었는데, 어찌하여 이곳에 왔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공자는 부끄럽고 화가 나서 교를 붙잡아 태수에게 보내며 요술로 사람들을 홀렸다고 말했다. 태수는 자초지종을 알지 못하고 모진 고문을 가해 옥에 가두었다.


교가 감옥에 갇혀 억울해하고 있는데, 한밤중에 향운이 갑자기 나타나 손으로 쇠고랑과 족쇄를 문지르자, 저절로 풀렸다. 향운은 교를 데리고 감옥에서 나오는데도 아무도 그들을 보지 못했다. 둘은 남창(南昌)으로 흘러 들어가 다시 부유한 집을 이루었고, 2년 만에 큰 배가 20여 척이나 되었다. 강과 초 지역의 뱃사공들은 모두 그들을 부러워했다. 향운은 교를 30년 동안 섬겼지만, 늘 17~18세의 모습이었다. 두 아들과 딸 하나를 낳았는데, 딸은 어머니처럼 아름다웠다. 교가 틈을 내어 향운의 출신을 묻자, 향운이 말했다.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씀드리지 않은 건, 서방님이 저를 이상한 존재로 여기고 버리실까 두려워서였어요. 이미 자식도 낳았으니 말해도 괜찮을 것 같네요.”
그리고는 자신이 여우이며, 유모라고 불리던 여자는 여우면서 산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두이와 취취를 비롯한 여자들도 모두 여우였다. 오직 경군(慶君)만이 천호였다. 교는 그제야 모든 것을 깨달았고, 나중에 사람들에게 조금씩 이야기를 흘렸다. 향운을 만나기를 청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향운은 누군가는 만나고 만났고 누군가는 만나지 않았다. 그녀를 만난 사람들은 모두 그녀에게 빠져들었고, 향운은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여 다시 기주(夔州)로 이사했다.
어느 날 밤, 그들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취취가 갑자기 나타났다. 교와 향운은 놀라면서도 기뻐하며 자리에서 내려와 절을 하고 “취취, 그동안 잘 지냈어?”
라고 물었다. 취취는 교에게 답례하며 말했다.
“헤어진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수염이 창처럼 뻗어 나오고 희끗희끗해졌군! 옛날의 풍채는 다시 볼 수 없는 건가? 인생은 흰 망아지가 틈새를 스쳐 지나가는 것과 같고, 눈 깜짝할 사이에 어리석은 원숭이가 거울을 들여다보며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과 같지. 마치 물로 흙을 개어 햇볕에 말리면 딱딱해져서 회반죽이 되는 것과 같아, 본래의 그것이 아닌 게 되지. 어찌 금이나 돌처럼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이 있겠어! 사람이 사람의 도리를 지키지 않으면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야. 사람의 도리란 무엇일까? 타고난 본성을 잃지 않는 걸 말해. 태산의 작은 물방울이 돌을 뚫고, 끈 하나가 굵은 나무를 자르는 건 조금씩 닳게 해서 그런 거야. 육체와 감정, 지식은 사람의 물방울이자 끈이야. 이 삶이 만 번을 죽는다 해도 끝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진정한 죽음이 아니야. 넌 무덤 옆에서 제사 지내는 사람을 보지 못했어? 길을 가던 사람이 그를 보고 슬퍼하는 것은 단순히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자신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슬퍼하는 거야. 하지만 세상의 변화를 그들이 어찌 알겠어? 수십 년, 수백 년 후에 그 무덤들이 다시 도시가 되고, 구덩이가 연못이 되고, 사당이 제단이나 부엌이 되고, 우물이나 무덤이 될 거야. 그 순환은 끝이 없고, 그 안의 시간은 더욱 끝이 없지. 이 모든 건 각자가 스스로 노력해야 할 일이며, 남이 대신해 줄 수 없어. 듣기로 오빠는 산속에 있을 때 마음이 고요하여 욕심 없었고, 또 병풍 위를 걸어 다닐 만큼 능력이 뛰어났다고 했지. 그처럼 훌륭한 자질을 어찌 스스로 버리려 하는 거야!”
향운에게 말했다.
“언니는 남편을 수십 년 동안 섬겼으면서 어찌 얻은 걸 아끼고 한 번 깨우쳐 주지 않는 거야?”
향운이 말했다.
“그이의 오장육부가 모두 혼탁해져서 어찌할 수 없어!” 취취가 말했다.
“그렇지 않아. 금으로 만든 그릇과 기와로 만든 그릇은 다르지만, 물을 붓는다는 점에서는 같아.”
향운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너무 엄격하면 친해질 수 없고, 너무 친하면 소홀해지니, 공수(工倕) 순(舜)임금 때 사람. 뛰어난 목수였다. 춘추 시대 말기의 공수반(公輸班)과 함께 유명한 교장(巧匠)으로 알려졌다.
처럼 솜씨 좋은 장인이 있더라도 소매 속에 손을 넣고 있을 수밖에 없어.”
취취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흘렸고, 교도 울적해졌다. 그날 밤, 향운은 취취와 함께 안방에서 잠을 잤고, 다음 날 정오가 되도록 일어나지 않았다. 교가 불러도 대답이 없자 이상하게 여겨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두 사람이 사라지고 없었다. 온 집안이 놀라서 소란스러워졌고, 교는 크게 울면서 날마다 그리워했다.


교는 여든 살이 넘었지만, 여전히 건강했다. 두 아들은 손자를 낳았고, 손자도 또 아들을 낳았다. 딸은 선비 모 씨에게 시집가 손자를 보았다. 오륙 년마다 향운이 꼭 찾아와 안부를 물었다. 그 후로도 삼사 년간 계속 찾아왔지만, 용모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처음 본 친척들은 종종 딸을 어머니로, 어머니를 딸로 착각했다. 나는 건륭(乾隆) 경오년에 할아버지를 따라 삼진(三秦)에서 칠민(七閩)으로 가는 길에 무창(武昌)을 지났다. 달 밝은 밤에 술을 사서 뱃사공들을 불러 함께 마시며 각자 보고 들은 신기하고 기이한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 뱃사공들은 모두 이 이야기를 꺼내 다투어 이야기했고, 강 위의 한 상선(湘船)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게 바로 교 집안의 배입니다.”

한재(閒齋)가 말한다.
세상에 뛰어난 미인은 한 명만 얻어도 성을 기울게 할 수 있다. 교는 평범한 사람으로 몰락하여 여러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 살았으며 결국 부자가 되어 명예를 얻고 장수하며 생을 마쳤다. 그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는 남들보다 뛰어난 점이 있었을 것이다. 취취가 그를 장생불사의 영역으로 이끌어주려 한 것은 어머니처럼 간절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난암(蘭巖)이 말한다.
교(喬)는 뱃일하던 사람으로, 이미 신분이 미천했으며 특별히 뛰어난 재주가 있다는 말도 들은 적 없다. 그의 오장육부가 혼탁하다는 것도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어찌하여 사람들은 그에게 그토록 깊은 정을 쏟았던 것일까? 아가씨와 취취 또한 그를 잊지 못할 만큼 애정을 품었으니, 교가 정말로 나면서부터 정이 많았던 것일까? 아니면 향운은 그의 성실하고 진실한 마음을 믿고, 평생을 맡길 수 있다고 여겼던 것일까? 우리 같은 이들이 이런 기이한 인연을 얻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사람을 보는 안목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아직 마음속이 완전히 흐려지지 않아서일까?
나는 향운의 일을 보고 깊이 탄식했다. 붉은 실로 맺어진 인연은 천 리 떨어진 거리도 이끌 만큼 강했고, 깨진 거울이 다시 합쳐져 마침내 백년해로의 부부가 되었다. 잠시 미색을 탐한 일이 질투와 의심의 바다가 되어 남녀의 다리를 끊게 했고, 뜻밖의 다툼이 일어나자 요사스러운 기운이 마음속에서 피어났다. 그러나 원한을 덕으로 갚으면서, 교와 향운은 결국 혼이 서로 얽히는 깊은 인연을 맺게 되었다. 교는 죽음을 물리치고 다시 살아났고, 취취와 향운은 함께 신선이 되어 날아오르는 행복을 영원히 누리게 되었다. 이는 여우들 사이에서도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라 하겠다!

원문

零陵喬氏子,少孤貧,失業,依外舅為操舟,嘗往來於襄漢間。會載數估客下荊門,過黃金峽。灘險,日暮不敢發,泊舟古戍前。舅命喬入山伐竹,迷不得出,傍徨殊甚,瞥見一媼,年約七旬,杖藜蹩躄,循山徑而西。喬追上之,問何處可達江岸。媼笑曰:「江在東,郎向西,乖迂極矣。吾視郎嫩少年也,日暮途窮,虎狼將盛,欲歸可乎?姑宿我家,明日曉發可矣。」喬心悸已久,聞言竊喜,佯以不便造次為辭。媼挽之行,曰:「言不由衷,令人倦聽。」
於是攜入深山中,迤邐十餘里。至其家,背高山,臨巨澗,營窟而處。媼叩扉,呼香雲,一女子出應,則二八佳麗人也。色茂開蓮,香逾散麝,見客羞避。媼曰:「兒又作態耶?小郎失路至此,若無一盂胡麻飯以啖之,殊缺地主宜。且兒常常有囑,既作承受人,詎可吝心力?今幸物色得此蘊藉郎,可息肩矣。」云益羞澀,避室中,不複出。媼笑向喬曰:「嬌養慣,一見生客,輒作兒女態,幸郎無介意也。」喬謝不敢入室。室皆穴山為之,甚精潔。止三間,中一間為客坐,西一間垂墨花軟簾,為雲之閨闥,東一間起爐灶,具刀砧,庖廚也。納喬坐,自入廚炊黍和羹,款洽臻至。問媼何姓,答以姓古,孀居十六年,止生一女,名香雲,未字人。此居於此,今有緣與郎晤,奉屈暫就廚中宿矣。喬曰:「假一席地足矣,何敢望廚?」至夜分罷談,乃宿焉。
翌日早起,請見古媼,將辭行。立簾外揚聲致詞,不應者良久。又言之,始聞香雲應曰:「娘有事早出,想便回矣,請稍候。」其音清銳如雛鶯之囀,聽之生憐,喬諾諾默坐,神為之蕩。  居無何,忽見古與一媼一女,亦若母而女者,偕來,且揚言曰:「香雲兒,汝杜姨同汝八妹來矣。」喬急避席拱立,不敢仰視。杜佇立審諦,向女郎曰:「果好一波俏郎!爾古姨真巨眼也。」女郎亦目之,含笑入室,謔雲曰:「姊大無禮,娘為誰來,乃不出迓耶?」不聞雲語,唯聞低笑聲。杜尋亦入室,笑曰:「為甥女事,致我披星浥露來此,心急步遲,越山崖仄徑,失足顛躓,幾墮落上宅牛阹中,微汝妹顧扶,老身齏粉矣。汝將何以謝老身?」嗣聞雲帶笑小語,似候起居者。杜旋出見喬,問曰:「郎尊姓?妙齡幾何矣?」喬曰:「青年十九。」杜曰:「長二歲,正相當也。有父母兄弟否?」曰:「皆亡。」「娶乎?」曰:「未。」「業何事?」曰:「為舅操舟。」杜曰:「少年孤子,身可寄也。食力踝跣,業可棄也。主人古姥,老身之姊也,有女香雲,老身之甥也,淑資麗質,郎已目睹,無更贅詞。古姊喚老身作冰上人,欲贅郎為半子,能降格相從否?」喬驟聆之,陰喜過望,而口吶不能措一詞。杜笑曰:「無可疑也。」亟請古媼上坐,令喬拜之曰:「即此是聘。山家無所忌,嫁衣完,便可成禮矣。」是夕歡飲而罷。
次日杜歸,留女伴香雲,代制衣履。刀剪之聲,終宵不絕,數日悉備。杜複至,張筵設宴,大會親戚,來赴者接踵,盡屬粉白黛綠,少婦老嫗,而無一男子。歡笑嘩然,競為諧謔。更可異者,列筵十數,屋不更廣,益不覺隘。既合巹,女郎把盞飲雲曰:「杯兒雙雙,今夜作個新娘。」飲喬曰:「杯兒對對,今夜莫須死睡。」喬、雲皆不禁失笑。杯未幹,女郎曰:「此餘酒將何以發付耶?」乃自飲之,笑而出。約三更,眾客始散,女郎複啟簾謂雲曰:「姊好為之,三日來瞊時,再為我說項也。」言訖,吃吃笑而去。自是喬與雲,魚水其樂。膠漆其情,將謂終老是鄉矣。
逾月,古媼寢疾,杜攜女郎來,候坐未安,忽有人傳報上宅:「小娘子親來問姆疾。」杜與女郎頗遑遽,急走出迓。雲匿喬於廚,亦整衣趨。喬不知是何貴客,潛窺於窗。見朱茀繡,駐一小車,女奴十餘輩,擁一女子出自車中,素面畫衣,非常艷麗,酷似畫工所繪仙女,年可十五六。杜與女郎及雲,咸跪路側。女子曳杜起,曰:「姆亦在此耶?」杜曰:「知主姑眷念老乳嫗,聞其疾,必勞玉趾,故率翠翠預候於此。」喬始知女郎名翠翠也。翠與雲,亦再拜起居。女子曰:「起。」云側行左闢為導。女入室,握姑之手而問曰:「姆病戶綺窗,廣闊如大廈,幾榻悉白石為之,器玩珍奇,位置精雅,名花異卉,羅置欄前,實天闢之洞天福地。侍女曳羅綺者,數十百人,莫不妖冶,順承指顧,爭先恐後。喬為禁錮,日供役使,且女子性嚴,稍不稱意,輒施鞭撲。此間不樂,日思雲而無由得面也。私詢諸女,主姑與香雲名分若何,皆笑而不答,愈滋疑惑。一日值女初度,喬見親戚來拜祝者,咸執婢妾禮。杜、翠亦在,不敢複與喬語。有頃,古媼與香雲亦至,與喬相見,各泣數行下。女子出見之,怒曰:「淫婢逞媚,尚戀戀舊情耶?」令侍女褫其衣,縛之樹上,既而曰:「今日有慶,不便刑人,俟明日當行死耳。」諸親戰慄,無敢出一語以求寬者。喬中心痛絕,前往覘之,雲泣曰:「郎獨不能舍身見救乎?」喬大痛,手緩其縛,竊取故衣衣之。適林外有將主姑命,呼喬者,雲遂遁去。女偵知之,愈怒,鞭喬數十,血流被踵,古大哭曰:「主姑殺老身矣。老身何負於主姑?乳哺之情縱不念,獨不念扈十郎肆惡,老身橫蔽主姑,以頭撞十郎腹,奪取玉如意,免主姑於窘辱時乎?奈何不赦小過,致人骨肉生離!香雲纖弱,即不飽狼虎,亦必為強暴所污矣,豈不痛哉!」女亦怒曰:「老魅爾何知!行且索爾死!」古哭叫,語侵女,亦不少讓。女怒甚,複欲逐喬,喬折伏不起。女憐之,氣稍平,問知過能改乎?」喬曰:「改矣。」「尚思香雲否?」曰:「雖死九幽不忘也。」女不意其出此語,為之咋舌,移時乃嘆曰:「癡兒郎知義者也。」向古媼慰謝再三,即使人分途求香雲,得者賞一術。群女歡躍爭往,古始止涕。
翌日,一女走告曰:「香雲走匿山谷中,為扈十郎所得,逼欲污之,不從,錮石室,不與飲食已一夜矣。」古媼聞之,泣曰:「吾兒貞烈,必不辱身,然而命蹇,何遭沙叱利之多也!」蓋扈十郎者,女之表兄也。女使杜媼往索之,十郎曰:「欲釋香雲不難,主姑須自來易之去。」杜大怒,還述於女,女怒極,乃仗劍跨白鹿,諸女皆短衣持兵以從。命喬與翠翠,伏林內為疑兵,親往索之。
十郎腰弓矢,挺畫戟,護衛甚眾。兵刃既接,兩軍大開,十郎勇甚,諸女力不敵,各鳥獸散。女急退,鹿中流矢死。女被髮徒奔,身被數創,失其雙履。蹶不能興,適喬奔至,負之以歸。諸女亦漸集,無不心膽墮地。女大慟良久,感喬之德,呼之以兄,飲食器用,皆與己等。複聚眾謀雪恥救雲之舉,眾曰:「勍敵不可當也。」獨翠翠進曰:「彼強我弱,非救助不可。欲求功,非太君來不可。」是夕,即使翠往。夜未央,翠返命曰:「太君來矣。」女率眾跪迎,喬亦從眾。太君亦曲背一嫗耳。女泣訴致辱之由,太君曰:「有太婆在,兒勿氣苦。」亟探袖,出一囊,呼翠至前命曰:「可將此往貯十郎。速與香雲偕來。」翠諾而去,一餉時與雲俱至,手提巨囊。開之,闖然一黑雄狐,觳觫而出,俯伏於太君之前,岳岳若乞哀狀。太君呵之曰:「墮孽子!尚未克洗髓伐毛,輒爾墮落耶?不念爾祖,當亟殛之!」狐叩頭謝。女子前,以鞭鞭之曰:「恣戾奴!平日赫耀之勢,之態,今胡不肆耶?」太君止之曰:「兒休矣。老身必痛懲之。」又曰:「兒居此,終非了局,曷不舉族從我?香雲與喬郎,彼有夙世緣,未可擺脫,且聽其去。伊母姑留我處,俟之三十年後,當大歸也。」香雲頓首奉教。太君賜喬名曰複。命駕先歸。女贈喬、雲甚厚,束縛輜重,令侍女護之先往,己乃與古杜二媼並翠翠送喬雲出山,臨歧泣別,然後歸。
喬攜雲之襄陽,出資造舟,名「滿江紅」,專載游宦,以走江、黃、吳、楚。一日,載某太守公子並眷屬之江南。住舟漢口。雲偶出汲,為公子所見,迷惑失志,伺喬不在,密遣二女隨侍,將吳綾越縞,往說云曰:「公子年少情多,富貴有權勢,所謂炙手可熱者。今艷子之貌,降心俯就,不惜珍寶之物,委贄於子。此真千載一時之機會,不可失也!子不從,則禍不可測;從之則珠翠環繞,錦繡紛披,飽粱肉而厭珍饈,一生吃著不盡。詎若作舟子婦,衣粗食淡,埋首艙中,何啻明珠暗投哉!且子不聞乎,守經者立身之要也,通權者處世之方也。譬彼風馬牛之不相及也,而絡其口,穿其鼻,人得而左右之矣。今以勢論,喬,馬牛也,公子,人也。欲不為強馭,可得乎?惜子憐子,故陳利害於子,唯子圖之!」云嫣然曰:「賢姊之言是也。公子風韻都美,兒亦慕悅久矣,幸即借二姊為羔雁。今夜人定後,請扣舷為號,可謀一會矣。」二婢大喜,歸炫其能於公子。公子喜欲狂,重賞二婢。
至三更,舉舟鼾寢。公子起坐不定,如鹿撞心。側耳靜聽,移時果聞扣舷聲,止而複作。急啟窗納之,果云也,不衣而至。公子此際,如在夢境中。不暇一言,即與狎匿。雲忽驚,叱問何人,公子興方闌,俯身若罔聞者。雲又驚叫,家人驚起,疑有盜賊,執燭入窗,見二人赤身臥地上,燭之則公子與其妻媾耳。咸避去,夫婦赧然者久之。問妻何故赤身自窗外來,妻曰:「我在後艙睡熟,實不解何由到此也。」公子羞且怒,執喬送太守,謂其以妖術惑人。太守不明,鍛煉成獄。
喬居犴狴,方痛覆盆,而夜半雲忽至,手拂械鎖,械鎖自脫。攜之出獄,人無見者。遂流寓南昌,仍為富室。二年間,有巨舟二十餘艘。江楚操舟人莫不健羨焉。雲從喬三十年,常如十七八歲人。生二子一女,女美麗有母風。喬乘間問云出處,雲曰:「初不遽以誠告君者,恐君以異物見棄。亦既抱子,似亦無害。」因自言是狐,所謂主姑之女子,亦狐而為一山之主者。杜與翠與諸女子,皆狐也。唯慶君則天狐矣。喬始恍然,後漸洩於人,有求見者,云有見有不見。而見者輒自顛倒,雲惡其聒,再遷於夔州。  一夕,方坐話,翠忽至。喬雲驚喜,降席而拜曰:「翠姨別來無恙?」翠答拜曰:「離別幾何,喬郎須髯似戟,且就斑白矣!舊時風採可複再耶?人生如白駒過隙,轉瞬癡猿覷鏡,不能自識,譬夫以水和土,見日則燥,重為堊焉,非故物矣:何如金石其質,歷劫不變者乎!人而無人道,是謂之陳人。人道者何?性命之原,不汩不沒之謂也。夫泰山之□穿石,單極之□斷幹,漸靡使之然也。形骸情識,人之□、□也。此生不卒萬死,非終也。子不見夫墦間之瘞者乎?路人過而傷之,傷之者,非徒傷也,傷其終不免於是也。雖然,滄桑之變,彼惡知之?是累累者,數十百年後旋夷為都邑,旋坎為洿池,旋祀為壇灶,及為井墓。其循環往複,鳥有窮期。而其間之窮期,已無窮矣。凡此宜各自努力,人不能越俎而代之庖也。聞子在山中時,泊焉而無求,又能於屏風上行,質美若此,胡自棄之!」向雲曰:「姊從喬郎數十年矣,寧吝所得,不一喚醒乎?」雲曰:「奈其五內俱濁何!」翠曰:「不然。金注瓦注,固有不同,而其為注則一也。」云太息曰:「莊則不親,狎則相簡,雖有巧匠如工倕,但縮手袖間而已。」翠慘然而為之下淚,喬亦鬱鬱。是夜雲伴翠宿於內寢,翌日向午不起。喬呼之不應,大疑,排闥入視,已失二人所在。舉家驚擾,喬大哭,靡日不思。
喬年八十餘尚健,二子生孫,孫又生子。女適諸生某,亦弄孫矣。每隔五六年,云必來一探。又三四年不絕,容色終不少減。親戚初面者,往往母其女,而女其母焉。予於乾隆庚午歲,從先祖父從三秦入七閩,路經武昌,月夜沽酒,聚舟人而飲食之,俾各述見聞,離奇怪誕,舟人共舉此事,爭說紛紜,且指江上一湘船見告:「此即喬家物也。」

閒齋曰:
世間尤物,得一可以傾城。喬以匹夫落魄,寢處諸尤物之間,卒至富豪名,以壽考終。其操持必有大過人者。翠必欲引而登之長生之域,亦婆心太摯矣。  

蘭岩曰:
喬業操舟,已屬微賤,且無聞其有出類之才,其五內俱濁不待言矣。云何鐘情至此?而主姑與翠翠,亦大有不能忘情者,豈果喬為情種耶?抑雲喜其誠篤,可托終身乎?我輩不獲有此奇遇者,殆擇術之未精歟?五內之未盡濁歟?吾觀香雲事,而慨然矣。紅絲系定,何啻千里之牽;破鏡重圓,終作百年之合。偶參色相,致醋海淹斷藍橋;忽起乾弋,令妖氣生於內境。以德報怨,喬與女翻成附體之緣;祛死複生,翠與雲永享飛仙之樂。斯狐中之不可多睹者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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