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梨花)
경사(京師) 시옹방(時雍坊)이라는 곳에 어느 날 열 살 된 여자아이가 팔려왔다. 효렴(孝廉) 신분인 서수당(舒樹堂)은 삼만 전의 돈을 주고 그 아이를 사서 ‘이화(梨花)’라 이름 붙였다. 아이가 자라자, 그 용모는 그야말로 절세의 미인이었고, 옅게 칠하든 진하게 칠하든 화장이 모두 잘 어울렸다. 아무 풀꽃이나 꽂아도 그림이 되는 모습이었다. 집안의 다른 여인들이 이를 따라 하려 했지만, 백 명이 시도해도 하나도 따라가지 못했다. 게다가 성품도 영리하고 재치 있어 집안 모두가 아끼고 사랑했다.
서수당에게는 딸이 있었는데, 어릴 적부터 덕공(德公)의 둘째 아들과 약혼한 사이였다. 딸이 시집갈 무렵, 서수당은 여종 두 명을 데리고 가게 했고, 그중 하나가 바로 이화였다. 나머지 하나는 ‘춘당(春棠)’이라 했고, 역시 뛰어난 미모를 가진 여종이었다. 서수당의 딸은 이화를 특히 아꼈고, 덕공의 아들인 사위는 이화를 더욱 각별히 대했다. 몇 차례 이화를 사적으로 취하려 했지만, 이화는 철저하게 방비하여, 가벼운 농담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그 무렵 덕공은 광서 지역의 어떤 고을의 수령으로 승진되어 부임하게 되었고, 가족을 이끌고 남쪽으로 떠났다. 나의 친구 은무선(恩茂先)은 덕공과 서수당 두 사람과 모두 가까운 친척 관계였기에, 금화 출신의 상개부(尚介夫)를 덕공의 참모로 추천했다. 삼 년 후 덕공은 광동의 감찰사로 전임되었고, 겨울 11월에 상개부가 일로 잠시 경성에 올라와 은무선의 집에 머물렀다. 아침저녁으로 마주 앉아 덕공 집안일이며 남쪽 지방의 풍토, 사람들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던 중 은무선이 이화를 문득 떠올리고 물었다.
상개부가 “사택문(司宅門)에 있습니다.”라고 하자, 은무선은 깜짝 놀라 “이화 말인가?” 하고 되물었고, 상개부는 “바로 그 이화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은무선은 더욱 놀라며 “그런데 왜 사택문이라 하오?”라고 하자, 상개부는 “이화의 일은 기이하고도 괴이하여 사람들 사이에 오래도록 소문이 돌았습니다. 당신이 덕공의 가까운 친척이면서도 아직 모른단 말입니까?”라고 했다. 은무선은 깜짝 놀라며 자세히 묻자, 상개부는 “이야기가 너무 기묘하니 술을 곁들이며 이야기합시다.”라고 했다.
그리하여 불을 피워 술을 데우고 무릎을 맞대고 앉아, 상개부는 그간 있었던 일을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다. 은무선은 놀라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혀를 차기도 하고, 무릎을 치기도 하며 이야기에 넋을 잃었다. 그 일이 기이하고 새로울 뿐 아니라, 상개부가 유머 감각 있게 잘 풀어냈기 때문에 듣는 이로 하여금 몸이 절로 반응하게 했던 것이다.
공자는 이어 주자 장(張)에게 공자 배에 괴이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공자는 웃으며 “왜 그런 소릴 하느냐?”고 했지만, 장은 “요괴가 멀리 있지 않고 바로 이 배 안에 있다”고 말하며 귓속말로 그 사정을 고했다.
공자는 크게 놀라 아내를 찾아가 은밀히 캐물었다. 부인은 말문이 막히고 눈만 멀뚱멀뚱 떴다. 잠시 후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쩐지 평소에 몸가짐을 처녀처럼 삼갔고, 나이도 열여덟 아홉인데 월경이 없었어요. 이제 보니 의심할 것도 없네요.”
공자는 곧바로 이화(梨花)를 불러 캐물었지만, 이화는 얼굴을 붉히고 대답하지 않았다. 공자는 문을 닫고 직접 확인하려 하자 이화는 극력 저항했다. 그러나 공자가 틈을 타 손을 아래로 뻗자, 거기엔 분명히 남자의 물건이 손끝에 닿았고 그것이 벌떡 일어서기도 했다.
공자는 크게 노하여 이화를 결박해 아버지인 공에게 데려갔다. 공은 충격과 당혹을 감추지 못했고, 엄하게 꾸짖으며 그 내력을 밝히라 명했다. 형벌 도구가 좌우로 펼쳐져 있자, 이화는 크게 두려워하며 마침내 눈물로 실토했다.
“지난날 굶주림과 추위에 쫓긴 끝에 부모님이 저를 팔아 끼니를 해결하려 하셨습니다. 당시엔 여자 몸값이 남자보다 열 배나 비싸서 어쩔 수 없이 여자로 위장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렇게 들통났으니 죽어 마땅하지만, 제 잘못이 법을 어긴 것은 아니니 부디 미물의 목숨을 살려 주시고, 훗날 반드시 은혜를 갚겠습니다.”
공은 그 말에 연민을 느꼈고, 또한 이화가 진짜로 몸을 건드리지 않은 동정이라는 점을 확인하고는 그를 용서해 주었다. 머리를 깎고 남자 복장을 하게 했으며, 이름도 ‘주환(珠還)’으로 고쳐 그의 특별한 사정을 기억하게 했다. 배에 탄 사람들은 모두 놀라며 혀를 찼다.
공은 다시 개부에게 이화를 보여주며 확인시켰다. 또 한 장의 편지를 써서 보냈다.
“이토록 신기하고 괴이한 일이 본 관청에서 벌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소. 이화란 자는 정말로 ‘상모(桑茂)’의 같은 무리였소. 다행히 동정이니 연좌는 면하게 되었소. 이 사람을 선생께 보내니 직접 확인해 주시게. 귀신마저 못 피하는 진정한 감식안을 지닌 선생이니, 괴이한 일에 대한 의혹을 풀어 줄 분도 선생뿐이오. 훗날 누군가 이 일을 이야기하더라도, 선생의 설명 덕에 사람들이 오해 없이 받아들일 것이오.”
개부는 웃으며 그를 확인하고는 이화에게 장난스레 말했다.
“남쪽 사람들은 일이 많다고들 하지만, 우리 고향에선 남자가 여자 행세하는 경우도 많아. 그런데 넌 여자로 살다 다시 남자로 돌아왔으니, 음기가 줄고 양기가 넘치는 징조가 아닌가? 내가 너에게 베푼 은혜가 작지 않은데, 나중에 어떻게 보답할래?”
이화는 얼굴과 목까지 붉어졌고,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몰라했다. 개부는 신발 한 켤레와 향선(香扇) 하나를 선물하며 공에게 이렇게 썼다.
“유학자의 시야가 좁은 줄 알았는데, 이번에 주환 덕분에 눈이 확 열렸습니다. 남쪽으로 온 것이 뜻밖의 복이었네요. 동정임을 확실히 알았고, 공의 큰 은덕이 아니면 어찌 이런 일을 해낼 수 있었겠습니까. 괴이한 일은 괴이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괴이한 것을 괴이하게 보지 못하는 시선이 더 괴이할 뿐입니다.”
공은 그 편지를 읽고 큰소리로 웃었다. 임지에 도착한 뒤, 이화의 영특함을 사랑하게 되어 그를 ‘사택문(司宅門)’에 배치했는데, 일을 아주 잘 처리했다. 공은 그를 지극히 총애했다.
공은 자식 없는 노복 장에게 이화를 양자로 삼게 하고, 춘당을 그의 아내로 삼게 했다. 공자의 성격은 원래 호색이었기에, 혼례 첫날 밤 창밖에 숨어 몰래 들여다보았다. 등불 아래서 두 사람이 마주 앉은 모습은 마치 한 폭의 수묵화처럼 아름다웠다. 지금은 벌써 아이도 낳았다고 한다.
이후, 무선(茂先)은 넋을 잃고 한참을 앉아 있다가 다시 물었다.
“용양군(龍陽君)의 수법을 개부도 혹시 경험해 보았소?”
개부는 웃으며 말했다.
“그는 이제 완전히 남자요. 그런데 자네는 또 여자로 만들 생각이오?”
둘은 함께 손뼉을 치며 웃었다.
무선은 《이화개(梨花开)》라는 제목의 절구 네 수를 지어 공자에게 보냈다. 그 중에 “한 그루 이화가 해당화를 누르다”는 유명한 시구절도 있었고, 그 말재주가 매우 절묘했다. 공자는 이에 운을 맞춰 화답시를 지었으나, 그 시는 여기에 실리지 않았다.
한재(閒齋)가 말한다.
이화는 여자의 모습으로 꾸몄으나, 그 정절은 처녀와 같으니, 만약 그가 진정 여자였다면, 반드시 음란한 자가 아니었을 것이다. 아름다운 아내를 얻고, 두터운 이익을 얻으며, 재앙을 피하고 복을 누리는 것은 당연하다.
난암(蘭巖)이 말한다.
여자로 변장했을 때는 그 아름다움이 비할 데 없고, 남자로 돌아왔을 때는 일을 처리하는 것이 빈틈없으니, 이화는 참으로 기이한 사람이다. 일찍이 관청의 문지기가 돈을 받아 챙기면서도 허둥대며 한 가지 일도 이해하지 못하는 자가 많으니, 어찌 이화와 비교할 때 부끄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원문
京師時雍坊,有以十歲女來鬻者,孝廉舒樹堂以錢三十千得之,命名梨花。既長,艷麗無匹,淡汝濃抹,靡不相宜。小草閒花,隨意簪之,皆堪入畫。諸女眷效之,百不一逮也。性且慧黠,一家憐愛之。
舒有女,幼字先達德公次子。及出閣,舒以二女奴為媵,梨花與焉。其一名春棠,亦可兒之殊色者。舒女則偏愛梨花,而公子待之尤厚。屢欲私之,奈梨花防維綦密,雖欲申以游語,亦不可得。會德公考滿,擢粵西某郡守,攜眷南行。予友恩茂先,與德舒二公,皆親戚也,薦金華尚介夫入德公幕。閱三載,公遷粵東監司。冬十一月,介夫因事入都,委裝茂先家,朝夕晤對,所在人情風土並德公家事,在所必談。偶詢及梨花,則曰:「司宅門久矣。」茂先曰:「言梨花耶?」介夫曰:「正所謂梨花也。」曰:「然則何雲司宅門?」介夫曰:「梨花之事,新奇怪異,駭人聽聞久矣。君為德府至戚,豈尚未知耶?」茂先愕然,急叩其詳,介夫曰:「此下酒物也,不可浪言。」乃撥火煮酒,擁爐促膝,備述其事。茂先攸而驚,倏而笑,倏而咋舌,倏而拊髀,蓋事既新奇,又介夫善為戲謔,故不能不為之色飛肉動也。
先是德公之任粵西也,目張家灣買四舟,公與夫人居一,介夫居一,僕從居一為庖廚,其一則公子夫婦及梨花、春棠也。行則魚貫,泊則雁排。一日,暮宿吳城,月明如晝。介夫苦熱,五更,複起納涼,彼時群動晝息,忽聞第三船有款款啟窗聲。疑為暴客,潛起窺之,見一女子出船邊,立而溺。雖隔兩船,而月光朗映,陽具仿佛甚偉。審諦女子,則梨花也,心竊異之。第念梨花十歲至舒家,此時年十八,昔在茂先處,識之最熟,詎有假借?顧船是公子之船,人是梨花之人,而陽具則又居然陽具也。此疑團終難打破。
次日晨餐罷,冥測於艙中。公有老僕張姓,獨坐桅艙,喟然興嘆,自自訟曰:「行年六十,不為小矣,何見所未見之事,總無了休也!」介夫怪而詰之,張曰:「稚子康兒,年小而詭大;丫頭梨花,人雌而聲雄。此吾之所不解也。」介夫曰:「汝老成諳練人也,予有所疑,質之於子可乎?」張問是何疑事,試言之。介夫視無人,低語夜來所見,張聞之,驚曰:「吾固疑之矣。何不白諸吾主?」介夫曰:「意欲白之,但自念作客依人,不宜預人閨閫,故默默耳。」張曰:「噫!是何言也?先生不早言,異事出矣!」介夫曰:「予意先白公子,何如?」張曰:「然,吾即往告之。」是夕舟泊青山,張請間,謂公子曰:「二爺知家中有妖怪乎?」公子笑曰:「何作此語?」張曰:「妖怪不遠,只在二爺船上。」且因耳語其故。公子大駭,入船隱叩細君。細君結舌瞠目,良久乃嘆曰:「怪底守身如處子,且十八九歲,天癸未至,今若此,複何疑哉!」公子呼梨花詰之,赧然不應。公子閉門驗之,梨花極力抵拒。公子乘隙探手胯間,則垂垂者已觸指翹翹矣。公子大怒,縛而獻諸公,公不勝錯愕,作威以究其原,刑具排列左右。梨花大懼,始涕泣吐實,曰:「曩歲迫於飢寒,父母鬻子謀朝夕,是時女價十倍於男,故作此弊,以求多售。今既敗露,罪當九死。第自反未為非法,祈全螻蟻之命,當圖銜結之報耳。」公憐其情,且辨其果系童身,竟曲宥之,並命剃發改妝,更名珠還,以志其異。舉舟之人,莫不嘆異。
公複使送介夫驗之,並折簡晰之曰:「不意奇聞創見之事,出自本衙。所謂梨花,果桑茂之流亞也。幸童身如故,庶免株連。茲送其人至,請先生相之。所以必欲先生相之者,非謂魑魅魍魎,不能逃於秦鑒,蓋欲先生解惑。倘異日舉以告人,賴此解嘲,勿致東西南北之人,歸德某以幃薄不修之罪也。」介夫笑而驗之,戲語梨花曰:「勿怪南人多事,吾鄉風俗,雄者可雌之,今子雌而化雄,正陽長陰消之候。予之有施於子,不可謂不厚矣。異日將何以報不彀乎?」梨花面頸赤,羞澀莫容。介夫贈以雙履及香扇,報公書曰:「儒生眼界不廣,賴珠還以擴充之,亦南行之幸事也。童體的確,尤足感甚,非公至德,疇其能之?是知事不足怪,可怪者,見怪之不怪也。」公見書大笑。至任所,以其穎慧,命司宅門,頗能了當,公寵愛殊甚。張僕無子,公使認為假子,且以春棠妻之。公子固少年好事者,於花燭之夕,隱身窗外窺之,謂綽約燈下,絕妙一幅折枝圖也。今已抱子矣。
茂先神馳者一晌,又問:「龍陽君伎倆,介夫亦當識之否?」介夫笑曰:「其人方雄,君又欲雌之也。」相與拊掌而罷。茂先作《梨花開》四絕,寄示公子,有「一樹梨花壓海棠」之句,用成句恰妙。公子和韻報之,詩不具載。
閒齋曰:
梨花假女妝而守貞如處子,如其果女子,必非淫亂者,其得擁美妻,獲厚利,去禍而就福也,固宜。
蘭岩曰:
假女則艷麗無匹,還男則事事精當,梨花誠奇人也。嘗見司宅門者,袖金入橐,茫然不解一事者多矣,幾何不對梨花而愧死!